그녀의 편지談     4월의 일반우편, 임소라

   제주도의 한 작은 책방에서 책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벽 너머 저편에서 함께 여행 온 듯한 두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이 책 알아! 이 작가님 책 다 엄청 재미있어! 시리즈 다 모으는 중이잖아!”
   무슨 책이 그토록 재미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가리키고 있는 책을 보자마자 납득의 웃음이 지어졌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엔 임소라 작가의 ‘거울 너머’ 시리즈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 날, 나 역시도 동네책방에서 임소라 작가의 책을 붙들고 한참을 끄윽끄윽 터져나오는 웃음을 삼켰던 경험이 있다. 또 어떤 날엔 동행했던 친구가 임소라 작가의 책에 마음이 묶여 한 자리에 선 채로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친구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게 되는, 그 자리에서 완독하게 되는 책을 만드는 임소라 작가의 편지가 궁금하다. 4월, 꽃이 만개하는 이 계절, 임소라 작가는 어떤 유쾌함과 흡입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붙들어놓을까?



작가 임소라가 보내는 ‘4월의 일반우편’. “앞으로 더 많은 것들에 아, 하고 말겠지요. 그때마다 아, 하기 이전의 나를, 다르거나 틀려버렸을지도 모르는 나를 조금이라도 덜 미워하길 바랄 뿐입니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글 쓰고 책 만드는 하우위아(HOW WE ARE) 발행인 임소라입니다.



    Q. ‘편지’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편지와 관련된 이야기 혹은 작품(문학, 음악, 공연 등)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셔도 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서간체입니다. 김애란 작가의 「서른」이라는 글인데요.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구나,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이런 삶도 있구나 하고 읽을 때마다 놀랍니다.



    Q. 임소라 작가님의 기억 속 첫번째 편지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께 쓴 편지입니다. 새로 생긴 컴퓨터에 한글 파일로 엄마 욕을 썼습니다. 엄마 욕이니까 엄마가 보면 안 되는데, 동시에 엄마가 봤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파일명은 ‘엄마에게’지만 절대로 엄마가 보면 안 되는, 그런 수준의 욕설이었는데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가 보셨습니다. 그걸 출력해서 어머니도 보게 하셨고 한 달 동안 어머니가 저랑 말을 안 하셨습니다.



    Q. ‘4월의 일반우편’은 독자 여러분께 띄우는 소라님의 편지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셨을까 궁금하네요.


   편지를 쓴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출근해서 청소기를 돌리다가 문득 ‘왜 매번 괴로운 일을 반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전날 약속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저에 대한 사실을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건이었고,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느리고 복잡한’에 맞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Q. 일반우편 프로젝트 주제가 ‘느리고 복잡한’인데요. 작가님께 느리고 복잡한 일상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느리고 복잡합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조만간 갑작스러운 어떤 일로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했지만 그런 건 정말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아, 정말 없는 걸까. 내 인생에 한 방은 정말 없는 걸까.’ 미련을 뚝뚝 흘리며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 방이 없다는 걸 아주 느리고 복잡하게 인정하는 중입니다.



    Q. 작가님의 느리고 복잡한 일상 중 하나를 더 떠올려볼게요. 쓰신 책을 손으로 제본해 만드셨다고 알고 있어요. 조금 예전 책이지만 『똥5줌』 같은 경우는 스캔과 복사, 오려붙이기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만드시기도 했고요. 이러한 책 제작 방식은 종이와의 접촉이 많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전자책과 스크린이 우리의 일상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 종이가 지닌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말씀하신 제작 방식은 당시의 남자친구 때문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어디서 핸드바인딩을 배워 와서 알려줬습니다. 손으로 뭘 만드는 걸 좋아하는 친구이기도 했고,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하기도 했거니와 그때는 연애 초라 같이 하는 건 뭐든 즐겁기도 해서 이런 방법도 해보고 저런 방법도 찾아보면서 하나하나 만들었습니다. 종이가 지닌 매력 같은 걸 생각할 겨를 없이 그저 뭐든 같이 하고 싶었고요. 공교롭게도 연애의 권태기와 제작 방식에 변화가 있던 시기가 겹칩니다.



    Q.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지닌다는 것. 누군가에겐 너무도 쉽고 당연한 일일 수 있겠지만,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께서는 처음부터 글 쓰는 일을 해오시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글을 쓰며, 그것을 업으로 두고 사는 삶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기쁜 일입니다. 오래하고 싶습니다. 하면서 기쁘고 오래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는 데 큰 힘이 됩니다.



    Q. 저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작가님의 책을 읽곤 해요. 그 이유는 글 속의 이야기가 제 일상과도 닮아있고, 그것들이 아주 흡입력 있고 유쾌하게 글로 표현되어 제 마음을 간질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렇게 간지러운 마음으로 책을 덮고 나면 글을 마구 쓰고 싶어진답니다!(웃음) 작가님께도 이렇게 ‘펜을 들게 만드는’ 책이 있으신가요?


   앞에서 말했던 김애란 작가님의 책을 자주 펼칩니다. 당장 써야 할 글이 있는데 시작할 수가 없을 때 『비행운』에 실린 글의 첫 문장들을 하나씩 따라 써보기도 했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데에 늘 감사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 편지를 어떤 이들이 받기를 바라시나요. 편지를 받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더 있을까요?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에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되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쓰면서 품었던 기쁨이 편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전달되길 바랍니다.



월간비둘기
월간비둘기는 손 편지 정기구독 프로젝트입니다. 정찬처럼 자리를 잡고 먹어야 하는 긴 글 덩어리 말고, 빵 쪼가리처럼 뜯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편지 한 장을 써서 띄웁니다. 그리고 우편함 속 전기세 고지서, 백화점 전단지, 예비군 소집 통지서, 슈퍼마켓 광고지 사이에서 우연히 사람이 쓴 편지를 발견했을 때의 작은 희열을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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