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호(2019. 11)

‘우리’라는 주어를 만날 때, 그 속에 내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길 바란 적이 있었는지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라는 주어를 만날 때, 그 속에서 내가 무얼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는 오로지 나였던 건 아닐까, 그게 잘못일까 무섭습니다. 우리라는 주어를 만날 때, 가끔 놀랍니다. 고독과 공포, 그것이 돌연 헛것 같습니다. 우리라는 단어가 모두를 끌어안는 말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우리는 우리 속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를 넘어선 사람들이라고 이해합니다. 모두의 이야기가 우리라는 주어로 모여들 때, 우리라는 세계 속에서 나라는 주어는 얼마나 깊은 걸까요. 모든 주어가 필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