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문학잡지란 무엇인가요?

우리는 왜 문학잡지를 만들고, 읽을까요?
잡지를 만드는 현장에 찾아가 물어보았습니다.

《젤리와 만년필》에게 문학잡지는 ‘식탁’입니다.

《젤리와 만년필》에게 문학잡지는 ‘식탁’입니다. 유음 출판사가 처음 문 연 날부터 다 같이 사무실에서 밥을 지어 먹게 되었는데요. 밥을 하고 상을 차리면서 자연스럽게 잡지 만드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회의도 식탁에 둘러앉아 진행할 때가 많아요. 유음 구성원들 각자 문학, 도시문제 등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관심사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끌어안고 있지만 당장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꾸준하게 문학을 하고 책을 만들고 관심 있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잘 생활할 수 있을지가 유음이 문학잡지를 만들면서 해 온 고민이에요. 관심 있는 것에서 밥을 만들어 내는 게 저희의 목표이고, 그런 구석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젤리와 만년필》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선 청탁을 드릴 때는 작가가 이전에 어떤 작품을 써 왔는지 최대한 찾아 읽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작품을 살펴보면서 《젤리와 만년필》에는 어떤 글을 써 주실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보고요. 또,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했더라도 많은 작가들이 다음 지면을 찾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요. 어떻게 하면 지면이 골고루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요. 좋은 글을 쓰시지만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가에게 지면을 드리자는 마음을 갖고 여러 매체를 통해 작품을 찾아 읽습니다.
내용적인 기준은 각자 다르게 보는 것 같아요. 《젤리와 만년필》을 만드는 우리가 읽었을 때 모두가 공감하고 재미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온다면 독자 역시 그 작품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는 작품일 때는 문장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 조금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들로 기워진 글이 아닌지 의심을 합니다.
《젤리와 만년필》이 고양이 중심 문예지잖아요. 저희가 문학을 말하면서 고양이를 내세운 건 고양이가 내포하는 의미도 많지만 일단 사람들이 우리 잡지를 ‘귀여워서’ 집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떠올리게 된 거였어요. ‘문학잡지’하면 흔히 두껍고 무거운 책,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게 만들기는 싫었어요. 《젤리와 만년필》에 실린 시나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문학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끔 하는 작품을 저희는 찾고 있습니다.

《젤리와 만년필》

창간년도: 2017년 7월
발행주기: 연 3회(2~5월, 6~9월, 10~1월)
구성원: 정현석(발행), 김보민, 지하나, 최창근(이상 편집)
www.facebook.com/the.yueum

《릿터》에게 문학잡지는 ‘책상’입니다.

《릿터》에게 문학잡지는 ‘책상’입니다. 쓰는 책상, 읽는 책상, 일하는 책상, 여럿이 둘러앉아서 이야기하는 책상이요. 사람들에게 《릿터》가 그런 책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 질문을 받고 떠올린 구체적인 테이블이 있어요. 저희 편집부가 일하는 바로 그 테이블인데요. 저희가 《릿터》를 준비하던 때부터 창간 후 매호 발간을 하기 위해서 회의하고 작업하는 시간에 사용해 온 테이블이 있어요. 평범하게 생긴 사무실 테이블인데요. 여기에서 《릿터》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죠.

5년 뒤 《릿터》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릿터》 정기구독자가 5천 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정기구독자가 1천 명 정도 되거든요. 매년 1천 명씩 늘어서 5년 후에는 지금의 다섯 배 정도 되는 정기구독자가 《릿터》를 읽어 주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혹시 여기 정기구독 신청 링크를 달 수 있나요?(웃음) 당연히 저희도 꾸준히 발전해서 5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좋은 《릿터》를 만들고 있겠죠.
조금 재미있게 말해 보려 했지만, 사실 5년 뒤를 생각할 때 떠올리게 되는 것은 우리 잡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그때까지 잡지를 만들고 있을 우리의 모습인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5년 뒤까지 지켜 가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는 그때까지 좋은 소설, 좋은 시, 좋은 이야기를 잡지에 지속적으로 담는 거예요. 《릿터》를 만드는 내내 꾸준히 좋은 글들을 싣고 싶어요. 우리가 꾸준히 좋은 글을 실으면 5년 뒤에는 그만큼 좋은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우리의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해요.
사실 욕심은 참 많아요. 릿터 온라인판이나, 릿터 팟캐스트 등등. 잡지를 창간해 보니,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에는 참으로 많은 늪과 덫이 있더라고요. 5년 뒤에는 지금보다는 단단한 땅을 딛고 서 있는, 더 튼튼한 릿터(책상!)였으면 좋겠습니다.

《릿터》

창간년도: 2016년 8월
발행주기: 격월
구성원: 서효인, 박혜진(이상 책임편집), 김화진, 김유라(이상 편집), 김희진, 최예원, 조은(이상 반비 편집부, 커버스토리 기획과 편집), 박연미(디자인 디렉터), 허윤선(인터뷰 편집)
www.facebook.com/Littor.bimonthly

《문학과사회》에게 문학잡지는 ‘금요일’입니다.

인터뷰 전에 동인들에게 이 질문을 전달했을 때, 약속이나 한 듯 이구동성으로 답하더라고요. 문학잡지는 ‘금요일’이라고요. 《문학과사회》를 만드는 동인들은 매주 금요일 회의를 하거든요. 금쪽같은 금요일 오후를 문학잡지 만드는 일과 맞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꽤 상징적으로 느껴져요. 그 회의가 끝나야만 일주일의 일과가 비로소 마무리되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죠.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과 숙제 같이 던져진 고민들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학잡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어쩌면 우리 모두는 금요일의 그 귀갓길을 떠올린 게 아닐까 싶어요. 그 시간 속 각자의 고민이 모여 《문학과사회》가 나온 것일 테니까요. 잡지를 만든 우리 이외의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문학과사회》가 금요일의 여유 혹은 설렘과 기꺼이 맞바꿀 만한 의미 있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 동인의 바람이에요.

종이잡지의 한계를 느낀 적은?

한 권의 잡지가 나오기까지 여러 공정들로 인해서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려요. 때문에 어떤 문제적인 현안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답답하게 여겨질 때가 있어요. 이건 정확히 말해 계간지의 한계일 수도 있겠네요. 또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 독자의 실체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어요. 《문학과사회》 혁신호를 만들며 이런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여러 방안에 대해 정말이지 오랜 시간, 수없이 많은 말들을 나누며 고민했어요. 격월간 잡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고, 문지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했고요.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게 《문학과사회》 별권인 《하이픈》이에요. 사실 엉뚱한 결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이픈》은 보다 완성도 있는 단행본의 성격을 지향하기 때문이죠. 《하이픈》은 ‘종이잡지’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안이라기보다는 ‘잡지’의 일회성 기획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거꾸로 종이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려 본 것이에요. 다시 말해 빠르게 만들어지고 빠르게 소비되는 잡지보다는 오래 남을 책을 만들어 보자는 자구책이었던 셈이죠. 그럼에도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어떤 독자들이 어떤 《문학과사회》를 원하고 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이자 과제로 남아 있네요.

《문학과사회》

창간년도: 1988년 봄
발행주기: 계간
구성원: 강동호, 금정연, 김신식, 이경진, 조연정, 조효원, 황예인(이상 편집동인), 최지인(담당편집), 이근혜, 조은혜, 박선우(이상 편집), 유자경, 김은혜(이상 디자인)
moonji.com/moonsa

《문학3》에게 문학잡지는 ‘계단’입니다.

《문학3》은 작가와 독자 구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그 목소리를 녹음하고 받아써 풀어내는 것이 《문학3》의 핵심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문학을 매개로 대화할 수 있는 모임과 현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 잡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까페창비(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출판사 창비 사옥)에 와 있는데요. 지하로 내려오는 그 계단, 그 경로 자체가 《문학3》 같아요. 잡지 출범 소식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여기서 열리기도 했고, 그간 진행된 네 차례의 문학몹 모두 이곳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라요. 중계 코너를 준비하는 녹음실도 보이고, 계단 벽면엔 잡지를 준비하며 만든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어요. 포스터에는 잡지가 만들어지는 이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문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문학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여쭙고 그 목소리를 그대로 실었어요. 문학의 개념과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어떤 이에게는 문학이 답답하고 드나들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책 속 이야기와 노래가 삶의 절망적인 순간에 함께하는 빛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책을 펼쳤을 때 생기는 다양한 경험의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문학을 이루는 것 같아요. 문학플랫폼으로서 《문학3》은 그런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문학3》을 만들면서 가장 즐거웠던 원고를 소개한다면?

고르기가 너무 어렵네요. 읽는 사람에 따라 각자에게 최고의 작품이 있을 테니까요. 《문학3》에는 재미있고 논쟁할 만한 글들이 많다는 것은 자부할 수 있습니다.(웃음) 우선 문학잡지는 무엇보다 문학작품이 좋아야 하잖아요. 《문학3》에 실린 시나 소설 모든 작품이 뛰어나고 독자로서 사랑합니다. 투고된 작품에서 나온 새로운 목소리들도 참 좋았어요. 또 주목 혹은 현장 코너에 실린 글을 보면 다양한 현장에서 길어올린 생생하고 치열한 저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눈에 띄는데요. 2호 주목란에 실린 후지이 다케시의 「정치적 올바름, 광장을 다스리다?」나 현장란에 실린 김애령의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이야기」 등을 읽으면서 흥미롭고 놀라웠습니다. 박주용 편집자는 3호 현장란에 수록된 홍은전의 「P정신요양원」 초고를 받았을 때 글의 강렬함에 매료되어 첫번째 독자로서의 기쁨을 느꼈다고 해요.
문학잡지를 만들다보면 어떤 작품이든 초고를 읽는 즐거움과 기쁨이 상당한 것 같아요. 잡지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연적으로 지워지는 문장과 페이지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의미 없이 소거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는 속에서 《문학3》만의 감각이 자라는 것이고, 그 선택의 과정이 잡지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 밖에도 만화, 사진작품을 볼 수 있는 ‘시선’란도 눈여겨보실 만하고, 웹을 통해 연재되는 ‘3x100’ 코너의 작품들도 언제나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해요.
《문학3》은 종이잡지, 웹진, 문학몹이 함께 돌아가는 등 새로운 시도와 실험적인 과정 중에 놓여 있어요. 모든 작업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기도 갈등하기도 하면서 잡지가 만들어집니다. 교섭하고 교차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사건 사고가 빚어지기도 하는데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 덕분에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문학3》은 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더 가볼만한 것이 있다는 것, 예상할 수 없는 지점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잡지의 기쁨일 것 같아요. 독자로 하여금 문학을 자기 삶의 현장으로 만들어가게 하면서, 《문학3》도 커가길 바랍니다.

《문학3》

창간년월: 2017년 1월
발행주기: 문학지는 연 3회(4개월), 문학웹은 수시 업로드
구성원: 김미정, 신용목, 양경언(이상 기획위원), 박주용(책임편집)
www.munhak3.com

《악스트》에게 문학잡지는 ‘도끼’입니다.

《악스트》는 잉크로 만든 도끼입니다. 카프카의 문장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에서 따왔습니다.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그런 무시무시한 도끼는 아니더라도 읽는 이들의 감정과 감각에 미세한 균열이나 흔적을 남기는 독서 경험을 가능케 하는 잡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학이 계속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기 위해선 쓰는 자와 읽는 자가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계속 글을 쓰고 발표해야 하고 독자들은 그것에 독서와 감상으로 반응해야 하죠. 문예지의 기본적이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기능과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스트》 역시 문예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모종의 문학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마음과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조금 더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없을까 하는 고민과 문학의 넓은 영역 중에 소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면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잡지라는 물성의 매력을 높여보고자 패션잡지 같은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 했고 소설을 둘러싼 다양한 꼭지들을 생각했습니다.

《악스트》가 도끼로 깨지 못한 것은?

질문이 너무 어려워요.(웃음) 괜찮다면 질문을 바꿔서 답해도 될까요? ‘깨지 못한 것’이 아니라 ‘깨고 싶은 것’으로요. 《악스트》를 만드는 여러 편집위원들이 있지만 순전히 제 개인적인 마음으로만 대답할게요. 제가 깨고 싶은 것은 ‘문학은 옛날의 것’이라는 인식이에요. 문학의 종언, 소설의 죽음, 종이책의 소멸 등 그동안 많은 논의를 통해 문학의 위기론을 들어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과거 소설과 문학이 사람들에게 줬던 힘과 영향력이 미디어나 매체로 상당 부분 넘어갔다고 생각하고 때문에 위기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위기론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은 존재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죠. 저에게는 단순한 믿음이 있는데요. 그것은 누구나 검증된 훌륭한 소설 열 편을 읽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중에 한두 편은 반드시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 말은 문학이 약화되거나 영향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만남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다는 거죠. 간혹 문학을 사라져야 할 옛것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사람들과 깊이 대화해보면 실제로 읽은 문학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경험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함부로 가치 판단한 것이지요. 문학은 고루하고 진지하기만 한 근대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그것은 과거의 제 이야기입니다. 저는 대학교 때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실제로 인터넷과 웹의 세계가 문학의 모든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고 믿고 무조건 문학과 책을 무시했었죠. 그런데 막상 훌륭한 작품을 읽은 후에 독자가 되었고 나중엔 글을 쓰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문학만큼 세련되고 강력한 것을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 때문에 저는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허상의 위기론과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악스트》를 통해 읽기 경험과 독서에 호기심을 부여하여 마침내 독자가 되고 혹은 작가가 되는 기회 혹은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실려 있는 소설이나 인터뷰를 읽고 그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는 반응이나 잡지를 읽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다는 반응을 접하면 기분이 좋고 보람을 느낍니다.

《악스트》

창간년월: 2015년 6월
발행주기: 격월
구성원: 백다흠(편집장), 백가흠, 노승영, 배수아, 정용준(이상 편집위원)
ehbook.co.kr/axt

《베개》에게 문학잡지는 ‘베개’입니다.

《베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물은 역시 ‘베개’일 수밖에 없네요.(웃음) 누구나 잠들 때 베개를 베고 잠들고 꿈을 꾸잖아요.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베개를 베지는 않지요. 각자 선호하는 높낮이가 다르고 베개를 베는 방식도 다양해요. 《베개》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채로 잠들지 못하고 외롭게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 모두가 저희 잡지에 머리를 맞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편안하게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잡지를 만들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문학이, 문학잡지가 농담처럼 친근하게 여겨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야 문학과 문학잡지를 가까이 둘 수 있을 테니까요. 앞으로 우리가 만드는 《베개》가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으로 독자에게 다가서길, 일상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베개》에게 ‘문학/하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문학’보다 ‘문학/하기’에 주목하고 싶어요. 보통 문학이라고 하면 텍스트를 떠올리고 작품성을 따져들게 되잖아요. 물론 텍스트는 중요하지만, 텍스트를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적으로 방황하고 노력하는 삶의 결 속에 무언가 작품이나 그것의 성공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어요. 또 텍스트가 나온 다음엔 그것을 다루는 자세와 방식, 즉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저희는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문학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질서를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규모나 이득보다는 동행한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고 문학하는 삶을 모두가 가질 수 있길 바란 거죠. 그동안 문학의 무게중심이 텍스트에 있었다면 이제는 텍스트가 나오게 된 맥락 전체를 중시하는 질서를 추구해보자는 뜻에서 ‘하기’에 힘을 준 것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중요한 건 등단 여부가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가 아닐까요. 바둑에 비유한다면, 《베개》는 꼭 이기려는 바둑이 아니라 문학 안에서 미약한 형세로나마 돌 하나 정도를 단정하게 놓아보자는 마음으로 만드는 잡지입니다.
《베개》를 만드는 구성원 중에는 예고를 졸업하고 문창과를 나와 오랫동안 등단을 준비해온 사람도 있는데요. 문학에 따라붙는 권력이나 권위, 등단 제도의 문제, 문단 내 성폭력 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문학/하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오랫동안 믿어온 문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부터 ‘문학/하기’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문학/하기’에 대한 생각은 잡지를 만드는 저희 안에서도 의미가 다 다를 것 같아요. 《베개》 1호를 만들면서 저희가 가진 마음은 계속해서 쓰게 하는 힘, 어떤 응원을 글을 쓰는 사람들과 잡지를 통해 나누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등단 여부를 떠나 글을 싣고자 하는 분이라면 투고를 통해 작품을 받았어요. 모든 작품을 싣기에는 지면에 한계가 있어서 부득이 반려할 때는 글을 싣지 못하게 된 사정을 적어 한 명 한 명에게 메일 드렸어요. 메일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작품을 쓴 이가 무엇에 닿으려고 했는지를 상상하는 것이었어요. 저희의 기준에 비추어 이 작품은 어떠하다 혹은 좋지 않았다 등의 평가를 내리는 게 아니라, 작품을 쓴 사람과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어떤 부분이 이해가 어려웠는데 작품을 쓸 때 이런 것을 상상하거나 의도한 게 맞는지 되묻는 식이었어요. 반려하는 메일임에도 항의하는 답변은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감동적인 답변을 많이 받았고 《베개》를 응원하는 말씀도 들었습니다. 이런 과정도 《베개》의 ‘문학/하기’인 것 같아요.

《베개》

창간년월: 2017년 5월
발행주기: 반연간
구성원: 권경욱, 김가을, 나하늘, 유승연, 조원규
facebook.com/begaeda

《문장 웹진》에게 문학잡지는 ‘마로니에 공원’입니다.

문학잡지는 일종의 ‘로드뷰(road view)’입니다. 문학이 낸 크고 작은 길들이 펼쳐진 지도, 세계와 일대일 축척을 꿈꾸는 문학인들이 만든 언어로 된 로드뷰 말이에요. 지도이긴 하지만 삶의 구체성을 담은 생생한 지도죠. 이 지도는 사용자의 세계관이나 관점에 따라 사용법도 각기 다를 거예요. 그중에 《문장 웹진》의 자리를 찾는다면 ‘마로니에 공원’이라고 생각해요. 전통 있고 공식적인 문화 공간이면서도 자유롭고 따뜻한 장소라는 점에서 우리 잡지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공원은 길이 머무는 장소인 동시에 흩어지는 장소이기도 하잖아요. 또 축제가 벌어지거나 벼룩시장 같은 비상업적인 거래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잡지 역시 공원 혹은 광장처럼 교환의 장소가 되기도 해요. 역사가 있는 잡지일수록 그 교환은 시간을 초월하고 늘 현재형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문장 웹진》에 축적(archiving)된 작품들이 그런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요.

웹진의 한계를 느낀 적이 있나요?

여전히 문학의 유통이 종이책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한계가 있어요. 이를테면 웹진을 부수적인 매체로 생각하는 것이죠. 새롭게 등장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이 종이책을 밀어낸다면 이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거예요. 문제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방식이 ‘종이책 문학과는 다른 문학’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인데, 물론 ‘문학’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가 하는 선행 과제의 해결도 필요하겠네요. 그런 점에서 웹진은 헌 술을 새 부대에 담아놓은 느낌인 듯해요. 아직도 많은 독자가 웹진의 글을 프린트해서 읽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웹진은 접근 거리가 제로죠. 몇 번 클릭하면 글이 열리니까요. 다시 말해 웹진에는 유통과 확산성이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앞서 얘기한 한계를 상쇄할 뾰족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웹 환경에 맞는 텍스트는 가볍고 쉬운 텍스트인 것도 사실이고요. 문학성 있는 고급 텍스트를 웹 환경에서 널리 읽히도록 발행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건 새롭게 시작하는 모든 웹진의 숙제이기도 할 거예요.

《문장 웹진》

창간년월: 2005년 4월
발행주기: 월간
구성원: 백지은, 양윤의, 최하연(이상 편집위원)
webzine.munjang.or.kr

《자음과모음》에게 문학잡지는 ‘책장’입니다.

책장은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도록 가까이 놓아두는 생활 속 가구에요. 처음엔 비어 있겠지만 원하는 대로 채워나가는 재미도 있죠. 꼭 보기 좋게 배열될 필요도 없어요. 취향대로 혹은 우연히 나열되는 대로 배치하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무늬가 그려질 테니까요. 원할 때 꽂혀 있는 아무 책이나 꺼내서 페이지를 펼칠 수도 있고, 다른 책으로 쉽게 바꿀 수도 있죠. 액자는 한번 작품을 넣으면 쉽게 교체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구조이지만 책장은 그렇지 않아요. 《자음과모음》은 작품을 전시해두고 바라보기만 하면서 문학을 위대한 고전으로 고정시키는 액자가 아니라, 여러 언어와 담론들, 잡지가 소화할 수 있는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여러 말들이 함께 포개어지고 나열되는 책장이면 좋겠어요. 문학에 대한 기대는 다양할 수 있지만 우선은 흥미와 재미를 기반으로 좀더 맘 편하게 접근할 수 있길 바라며, 그렇게 읽는 이들의 생활에 직접 들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때 문학잡지란 여러 언어와 읽는 이가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겠지요. 앞으로도 《자음과모음》은 읽는 행위 자체가 가진 원초적 즐거움을 독자에게 전하는 장소가 되고자 합니다.

《자음과모음》이 만나고 싶은 독자는 어떤 독자인가요?

저희가 만나고 싶은 독자는 특정한 모습으로 형상화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문학 독자’라는 고정된 모습이나 정체성을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평소에는 문학과 무관한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동시대적인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독자, 그리고 우연히라도 《자음과모음》과 접속했을 때, 자모가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유동적인 태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열린 태도를 가진 독자라고 할까요? 특히 그동안의 한국문학을 지나치게 진지한 것, 어려운 것, 고급한 것처럼 바라보거나 취급해온 태도가 문학 자체를 동시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수성에서 멀어지게 하고 좁은 영역에 고립시켜왔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어떠한 것’이라는 규정된 정의를 이미 가지고 있어서 그 정의와 어긋나는 문학을 거부하는 것은 현재의 문학잡지에게도, 독자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문학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시도하고 여러 작품 경향을 확보할 수 있길 바랍니다. 가능하다면 장르문학이나 문학 이외의 여러 매체들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히 다루어야겠죠. 따라서 자모가 만나고 싶은 독자는 《자음과모음》이라는 잡지가 수집하는 여러 형태의 언어나 문학적 변종들을 만날 때마다 역동적으로 반응해줄 수 있는 독자인 것 같아요. 문학이 이미 정해진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여러 교차점 속에서 창발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듯, 독자와의 만남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자음과모음》이라는 장소에서 뻗어나가는 다양한 가지들과 접촉할 때마다 다르게 생겨나는 ‘재미’를 즐길 줄 아는 독자라면 저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요.

《자음과모음》

창간년월: 2008년 가을
발행주기: 계간
구성원: 박권일, 박인성, 배상민, 심진경(이상 편집위원), 김정환, 황광수(이상 자문위원), 김정은(담당편집)
jamobook.com

《현실탐구단》에게 문학잡지는 ‘커피 잔’입니다.

어떤 사물로 《현실탐구단》을 설명할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어요. 《현실탐구단》은 함께 모여 각자가 쓴 글을 토대로 문제의식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젝트성 잡지이기 때문이에요.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모여서 나누는 대화일 텐데요. 대화라는 무형의 것을 어떻게 사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어요. ‘커피 잔’을 고르게 된 건 《현실탐구단》의 대화가 이루어질 때 항상 함께하는 사물이기 때문이에요. 《현실탐구단》에게는 어떤 결과물보다는 모임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저희가 글쓰기 모임이기는 하지만 완성된 글에 대한 피드백보다는 글로 쓰고자 한 주제 자체가 대화의 주를 이루는 편이고, 글을 쓴 사람들도 주제 자체에 집중하는 대화에서 더 즐거움을 느낍니다. 한 주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현실탐구단》의 중요한 정체성입니다.

《현실탐구단》에게 ‘현실’이란 무엇인가요?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현실탐구단》은 현실을 다루는 잡지이니까 SF나 판타지는 다루지 않겠네요?”라고요. 저희의 대답은 SF나 판타지도 어떤 사람에겐 현실을 인식하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고, 그렇다면 그것 역시 현실탐구단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엇이든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뭉뚱그려서 어떤 것이든 대입할 수 있는 단어가 필요했기 때문에 현실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현실탐구단》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현실탐구단》의 현실은 특정한 장소나 시간이 아니라,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탐구단》

창간년월: 2014년 6월
발행주기: 비정기
구성원: 권현욱, 김민규, 란씨, 신인아, 정소영, 조팝, 총총 (구성원은 매번 바뀝니다. 최신호인 10호의 구성원을 기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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